회생 시한 5월 초로 연장됐지만 현장은 이미 마비 상태
납품 중단·임금 체불 확산… 직원·소상공인 생존 위협 현실화
대형 유통 붕괴 우려 속 30만 명 생계 직격탄 가능성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한 축이었던 홈플러스가 지금까지 겪은 적 없는 심각한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법원은 회생 절차 기한을 5월 초까지 연장했지만, 실제 매장 상황은 정상 운영과 거리가 멀다. 일부 점포에서는 소주나 휴지 같은 기본 생필품조차 진열대에서 사라졌고, 빈 공간을 다른 상품으로 임시 채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영업 차질을 넘어 생계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 상당수가 임금 일부만 지급받거나 체불을 겪고 있으며, 수천 개에 달하는 납품업체와 입점 상인들 역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유통망 전체로 위기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인수 구조의 후폭풍… 빚 부담이 발목

노조와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의 핵심 원인을 과거 인수 방식에서 찾고 있다.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할 당시 대규모 차입을 활용하면서, 이후 발생한 수익이 투자나 경쟁력 강화가 아닌 부채 상환에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자산 매각 후 재임차하는 구조가 반복되며 고정비가 급증했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점포 운영 부담이 커지면서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보다는 단기 비용 대응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비용 증가·규제 환경도 악재로 작용

경영진은 또 다른 원인으로 비용 구조 변화를 꼽는다. 최저임금 상승과 고용 안정 정책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고, 유통 규제로 인해 영업 시간과 운영 방식에 제약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특히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는 동안 새벽배송 등 신규 시장 대응이 늦어진 점도 타격으로 작용했다. 경쟁사들이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진행한 반면, 홈플러스는 투자 여력이 부족해 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신용평가 업계 역시 투자 축소가 매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고객 감소와 매출 하락으로 연결됐다고 보고 있다.
공적 개입 요구 커지지만… 정부는 신중

노사 모두 외부 자금 투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책은행이나 구조조정 전문 기관이 참여해 운영 자금을 지원해야 유통망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상품 공급이 재개되어야 매출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회생 가능성이 열린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민간 유통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은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역시 문제의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 전국 매장 운영 중단 가능성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주요 기한 직후 전국 매장이 동시에 문을 닫는 극단적인 상황도 거론된다. 현실화된다면 단순 기업 문제가 아니라 대규모 고용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직접 고용 인력뿐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생계를 책임지는 중장년층 근로자가 많은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클 수 있다.
향후 변수… 자산 매각과 금융권 대응

현재 회사 측이 기대를 거는 부분은 일부 사업부 매각이다. 이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면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금융권은 담보 구조상 리스크가 제한적이어서 추가 지원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향후 흐름은 정부의 정책 방향, 투자자 참여 여부, 그리고 자산 매각 성사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남은 기간 동안 어떤 결정이 내려지느냐에 따라 국내 유통 시장의 판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는 한 기업의 경영 위기를 넘어 유통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력 약화, 온라인 전환 지연, 그리고 금융 구조의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한 회생 여부가 아니라, 이 위기가 국내 유통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떤 선택이 이뤄질지에 따라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미래가 달라질 전망이다.